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다 ㅣ 큐레이터 윤채원
사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촉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맡아본 적이 있는 향이나 만져본 감촉 같은 것들이 그렇다. 무척 사소하지만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을 순식간에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는 이런 체험은 때론 작가에게 작업의 구상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It’s Pouring’이라는 이번 전시의 제목 역시 작업실의 빗소리를 들으며 기억을 회상하던 작가의 일상적인 경험에서 나온 이름이다.
처음에 사진이 발명된 이유는 회화가 그랬던 것처럼 대상을 그대로 묘사하는 재현기록성에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표현의 다양성, 그리고 촬영자의 주관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이는 사진을 단순한 복제수단이 아닌 하나의 예술적 시각언어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강옥주의 작업은 그런 사진이 보여주는 것이 무엇이며, 사진이 갖고 있는 예술매체로서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지 관객에게, 그리고 작가 자신에게 질문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빗물을 받기 위해 놓은 물그릇들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사진 속 사물들의 위치는 작가에 의해 개수, 구성, 간격, 높이 등 세밀한 부분들까지 꼼꼼하게 계산되고 설정된 것이다. 그렇게 놓인 사물들 위에는 여백이 길게 드리워져있고, 그 안에는 주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어딘가로 통하는 연결고리가 숨겨져 있다. 이런 연출은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비일상적인 상황과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결과를 내어놓게 된다. 요컨대 관람자가 단순해 보이는 사물들이 찍힌 사진만을 보고도 각자만의 심상을 스스로 이끌어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옥주의 사물 사진은 작가의 해석에 따라 예술품으로 전이될 수 있는 기성품의 오브제와 같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2년 개인전인 ‘Objet O’ 역시 레디메이드에서 작품의 형상을 발견했던 일이 작업의 시작점이었던 것처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물건들에서 작가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고 또한 표현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이렇게 프레임 속에 놓여 있는 빈 대야와 양동이들은 인공적인 물질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기억이나 감정을 환기시켜주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가 빗소리를 듣고 이 작업을 떠올렸듯이 관람객도 그 사물들을 보면서 각자만의 빗소리를 떠올리며 상상의 문을 열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강옥주의 이번 작품들에서는 배치된 사물들 위로 비의 흐름이 느껴지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빈 양동이들을 꽉 채울 것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의 은근한 표현은 그래픽 펜으로 만들어진 선들의 집합이다. 희미하지만 깊게 물들어있는 이 ‘디지털 빗줄기’에는, 언뜻 보기엔 정적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수직과 대각선으로 채워져 있어 마치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보이는 것이 느껴진다. 그 외에도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밝기나 번지기, 색의 반전이나 대비감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조절해가면서 작가는 자신이 기억하는 생생한 감각을 자신만의 해석이 담긴 사진을 통해 관람객에게 닿기를 희망한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오브제를 배치하고, 그 결과를 묵묵히 버티며 기다리는 아날로그적인 상황의 설계가 전자였다면, 그 상황을 채워내는 디지털적인 표현은 작가가 새롭게 시도하는 두 번째 표현방식이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만들어내는 생명력은 종이가 아닌 캔버스 천에 프린트되면서 더욱 감각적인 효과를 갖는다.
강옥주의 사진 속에서 일상의 오브제와 그 여백이 만들어내는 정신적 공간, 그리고 새롭게 시도되는 디지털 작업방식은 사람의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식으로 사진이 표현할 수 있는 예술적인 가능성의 한계를 넘어 그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작가가 갖고 있는 일종의 과제이며, 또한 관람객과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낸 그녀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매개로 펼쳐지는 상호적인 관계는 또다시 작가에게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여지를 만들어줄 것이다.
Seeing the invisible ㅣ Curator, Chae-Won Yoon
There are many kinds of catalysts reminding people of their memories. Things like incense you’ve smelled or feeling you’ve touched. Such experiences bringing memories very trivial but forgotten completely to mind often provide an artist with an opportunity for construction of a work. ‘It’s Pouring’, a title of this exhibition was also derived from daily experiences of the artist who indulged in reminiscences while listening to the rain at the work studio.
The reason why photographing was invented, as is the case of painting, was for reproductive recording to describe an object as it is. As time passes, there has been great emphasis on diversity of expression and subjectivity of a photographer, making the photograph an artistic visual language rather than a simple means of reproduction. Working of Okjoo Kang asks audience and the artist herself a question about what thing such a photograph shows and what potential a photograph has as the artistic medium. Seemingly seen as vessels for catching the rainwater, location of objects in the photograph was calculated and set delicately by the artist including details of the number, composition, interval and height. On objects arranged in such a manner, a prolonged blank hangs down, and a link connecting to somewhere imaginable subjectively is hidden. Such a presentation, though originated from daily materials, results in non-daily situations and experiences. In other words, it’s possible for viewers to derive their own imagery only by seeing a photo simple objects are taken. So, object photos by Okjoo Kang take effect like an objet of ready-made articles that can be transferred into an artwork by interpretation of an artist. In 2012 solo exhibition ‘Objet O‘. as the work was originated from discovery of forms from ready-made, the artist also discovers a part of herself and a potential of the expression from the existing objects in this exhibition. As such, empty washbowls and buckets put into the frame, being artificial matters, but show a paradox reminding persons of invisible memory or feeling. As the artist imagined this working while listening to raindrops, audience also expects to open the imaginary door while seeing such objects and bringing their own sound of rain.
On the other hand, in these works by Okjoo Kang, it’s possible to discover a flow of rain on the arranged objects. Implicit expression of rain pouring enough to fill up empty buckets is a set of lines made by a graphic pen. Such ‘digital streaks of rain’ vague but deepened, are filled up with seemingly static but closely vertical and diagonal lines, making us feel a waterfall falling down heavily. In addition, considering details including brightness, blur, color reverse or contrast through the graphic program, the artist hopes to convey a vivid sense she remembers to audience through photos she interprets originally. If the former was to design an analogue situation, repeating trial and error, arranging an objet and waiting for its result tacitly, the latter is a digital expression filling up such a situation tried newly by the artist. The vitality such dual aspects create has more sensuous effect through print on the canvas rather than on the paper.
In Okjoo Kang’s photos, daily objet, spiritual space its margin creates, and digital working tried newly bring the invisible but the sensible into mind. As such, beyond a limit of the artistic possibility of photographing, expanding such a range is her task, forming her own communication method created for mutual understanding with audience. Furthermore, correlation developed via these works will provide the artist with space for a new work.